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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을까?

by Grace-L 2021. 1. 24.

https://youtu.be/N_g6IOtqgpY

 

 

 

 

 마리암 다나노드는 생각했다. 새로운 경험을 늘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하려 하던 것이 늘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평소라면 그것도 경험이라며 넘겨버리고 말았을 것이었다. 무언가에 연연하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새로운 환경, 낯선 잠자리 등이 그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제 시간에 일어나 제 시간에 잠이 드는 것이 힘들었고, 등언저리는 뻐근하고 얼굴은 자는 내내 공기가 서늘해서 코가 시려웠다.

 

 

 

 

"네, 스승님. 잠 잘 주무셨어요?"

 

 

"아니, 자네가 추천해서 왔는데 조금 후회중이야. 불편할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추워."

 

 

"그거야 스승님이 제가 옷 두껍게 입고 가라 말씀드렸는데 그렇게 얇은 옷 입고 가시니까 그런거죠."

 

 

"........."

 

 

"어휴, 이래서 아가사가 스승님을 가만히 못 두는 거잖아요. 캐리어 안에 두툼한 니트나 점퍼류 넣어뒀으니까 꼭 입으세요. 안그럼 감기 걸려요."

 

 

 

마리암 다나노드에게 가장 잘 듣는 경고문구였다. '감기 걸린다'. 망태할아버지 온다는 한국의 오래된 겁주기 수단보다도 더 잘 드는 것이었다. 마리암은 데뷔 이후 은퇴 하기까지 근 30년간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다. 철저한 관리 끝에 달성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만큼 그는 몸 상태가 어그러지는 것을 경계했다. 캠핑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낯선 근육을 사용하고 낯선 일을 한다는 것은 나이든 그의 몸으로선 무리가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수면패턴이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것부터 그 증거였다. 

 

 

"아, 그리고 스승님.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적당히 얘기하세요. 별로 즐거워하지도 않으시면서 뭐 그리 할 말이 많으시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꺼졌다. 적막이 캠핑카 안에 가득했다. 늘 버릇적으로 미소를 입에 달고 사는 마리암 다나노드가 이런 표정을 지으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어떠한 온기도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은 어딘가 섬뜩하기도 했다. 누가 알 수 있을까. 마리암 다나노드에게 사랑이란 게 부족하다는 것을. 사랑을 늘 예찬하지만, 사랑의 '낭만성'자체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사람이 낭만적이라 불린다는 것을 말이다. 마리암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몸가짐을 단정히 한 뒤 이전과 달리 따뜻하게 갈아입은 갈색 니트 터틀넥과 청바지 차림으로 캠핑카를 나섰다. 그리고는 익숙한 시선이 느껴지면, 그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서 반사적으로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날이 좋네요. 봄이 오려나?"

 

 

 

마치 봄과 같이 푸근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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