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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L 2021. 4. 11.

https://youtu.be/VTb79JfJMDM

 

 

 

 

 

 

나의 초상, 나의 유년, 나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저 밝은 달의 뒷편, 숨겨진 어둠을 몸에 두른 자가 세상을 가리우고 있다. 그는 아무것도 투시할 수 없는 검디 검은 것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최근, 이래에 들어 가장 떠들썩하고 이례적이기 그지없는 생일 축하를 받아보는 것은 생각보다 좋았더랬다. 미래에는 아릿한 추억으로 남으리라. 홍차와 우유, 설탕을 녹여 눈과 섞은 것 같은 벚꽃잎과 만개한 꽃들이 바람에 흐드러지는 나무 그늘 아래, 즐거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이의 모습은 총 천연색처럼 반짝이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어둠의 장막은 그 기나긴 자락을 그에게만 스치우지 않는 아량을 베풀지 않았다. 그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감정에 치우쳐 이를 악물고 소리를 죽이며 주먹을 쥘 수밖에 없었다. 혈육의 죽음은, 그들이 죽은 날이란 것은 어느 때나 맞이하는 것이 힘겨웠다. 감히 하루 전 날의 일이라지만, 잠시라도 태어난 날을 축복하며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을 품은 것이 죄처럼 느껴졌다. 이 순간 그는 누구보다도 낮은 자였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나무 밑에 서서 그는 홀로 읊조렸다. 잊혀진 그들의 이름을, 그 날이 아니고서야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 한참을 읊조리고, 속에 응어리진 말을 짓씹듯 내뱉으며, 끝내 그들을 그리우는 말로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의 추모였다. 누군가에겐 잊혀질 그들을 추모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감정으로 북받쳐 오르는 숨을 고르면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자 손바닥이 온통 물기로 흥건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얼굴도 그럴 것이었다. 눈가와 코 끝은 온통 붉게 물들었을테고, 입술은 짓누르다 못해 질겅여 잇자국이 남아있었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밤늦게, 다들 잠이 들 시간, 으슥한 나무 아래를 찾아다니는 이는 없을 것이므로 그는 안심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딱 질색이었다. 부모의 목숨을 빌어 살았다면, 강하게 살아야 했다. 그것이 삶의 이유라면, 흔들림 없이, 땅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굳건해야 했다. 그것이 그가 삶을 살아가는 동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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